' 보상 업무에 대한 가치 평가 문제' '보험사 경영진 관심과 투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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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보험, 그 본질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윤인근 이사 | 기사입력 2024/08/12 [00:00]
필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한 대학교의 졸업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여러분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간에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 축사의 구절이 너무나 맘에 들어 필자는 틈 날때마다 되새기고는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처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SF 장르의 영화감독이 상상력이라는 표현 대신 ‘본질’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곧 사회에 발을 딛게 될 졸업생에게 이를 강조했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이는 필자의 일과 견주어 보게 됐기 때문이다. 보상업무에 대한 가치평가 ‘문제’ 필자는 사회 첫발을 보험사에서 시작했다. 20년을 보험사의 보상부에서 손해사정 업무를 하다가 현재는 인슈어테크사에서 보상 업무를 혁신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보상 업무를 ‘보험의 꽃’이라고 말하면서 보상인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분위기였다. 생각해 보라. 보험이 왜 필요한가? 생각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유비무환이다. 즉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사고나 건강상의 문제로 도움이 필요하게 될 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보험의 본질인 것이다. 필자는 그렇게 보상이라는 본질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시작했다. 놀란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본질을 들여다보고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과연 알까. 그러나 막상 이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자부심보다는 힘든 점이 많았다. 매일 어려운 약관을 해석하고 보험금을 산정했다. 그리고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안내했다. 이 모든 일은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지만 고객과의 응대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약관상 애매한 내용으로 쟁점이 생겼을 경우 고객은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 반면 보험사는 조금이라도 보상을 덜 지급하려고 하는 다툼의 접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험의 본질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부심이 보험사를 나와서 인슈어테크사에서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상 업무에 대한 가치 평가는 인색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기피하는 업무가 됐다. 또 보험사 내부에 있는 직원도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보상 업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보험 자회사나 손해사정 회사 직원도 다들 힘들어한다. 모두 이 업무로부터 떠나고 싶어 한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보험 제도의 본질적 업무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필자는 십수년에 걸쳐 그 원인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나만의 가설이자 원인을 찾았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보험사의 경영진이 보상 조직을 비용 조직으로 인식하고 낮은 가치 평가다. 이같이 판단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매출 성장을 계속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보험사의 경영진은 영업 조직과 마케팅에 자원과 자본을 투입한다. 또 비용이 부각되는 보상 조직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를 배분하는 의사결정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험 소비자가 양질의 보상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고 보험산업이 민원 다발 산업이라는 오명까지 가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일의 본질을 소홀히 한 결과 아니겠는가. 현재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만약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소홀했다면 그의 영화는 진부했을 것이다. 보험사 경영진 관심과 투자 중요 또 관객에게 감동을 만들어 내지도 못했을 것이며 그도 오래 업계에서 일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보상 업무를 본질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보험사를 찾는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이어 저출산, 인구 고령화로 성장의 동력이 느려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보험산업의 전망은 더 빠른 속도로 어두워질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보험사의 경영진과 보험산업의 관계자는 관점을 전환하고 보상 업무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필자 역시도 지속적으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해 보상 업무가 본질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보험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당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세요. 세상을 향상시키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말이죠’ 윤인근 에임스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