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칼럼] 보험신보 오피니언 - 보험산업 종사자 철저한 고객관점에서의 혁신 중요하다.2025-02-18 09:08
작성자 Level 10

오피니언-보험산업 종사자 철저한 고객관점에서의 혁신 중요하다

윤인근 이사  | 기사입력 2025/02/10 [00:00]
최근 필자의 집 싱크대가 막혔었다.

 

배수를 하려고 몇 번을 시도했으나 물이 빠지지 않았고 설마 하는 생각에 바닥에 연결된 배수구를 확인하니 물이 역류해 주방 바닥 전체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이었다. 

 

급하게 싱크대 하단 부분을 뜯어내서 물바다를 정리하고 스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파트 상가의 인테리어 업체에 도움을 구했다. 

 

아주 큰 팽이 같은 장비를 챙긴 업체 대표님이 이틀간 틈날 때마다 집을 방문하셔서 배수 관통을 시도하셨고 다행히도 큰 공사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신뢰도 형성 결정적 역할

 

그런데 며칠 뒤 아래층에서 주방 천정과 벽에서 물이 새어 나온다고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다.

 

몇 달 전에 이사를 오면서 새로 벽지를 했다던 아래층이었고 아직 인사도 나누지 못한 사이였다. 자녀를 여럿 키우며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내성을 갖춘 와이프지만 그렇게 창백해진 얼굴을 본 건 10년전 막내 출산 분만실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누수 부분을 확인하니 그 원인이 우리 집 때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며칠 전 발생했던 우리 집 배수 역류 문제는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 악화되지는 않을 거라고 아래층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관리사무실의 조언에 따라 한 달 정도 더 기다려보면서 누수 부분이 완전히 마르거나 피해 범위가 확실해질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정도 급한 상황은 넘겼기 때문에 필자는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두기로 했다.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리 접수를 해두면 보상 처리를 받을 때 좀 더 원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족의 보험 가입 사항을 검토, 자녀의 보험에서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가입된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에서 보험사의 앱을 열어서 누수 사고 접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보험사 앱에서는 누수 사고에 대한 접수를 할 수 없었다. 피보험자가 본인인 계약에서 가입된 특약만 접수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험사의 접수 콜센터로 전화를 했다. 필자가 통화한 내용을 요약해봤다.

 

상담원 : “안녕하세요, ○○○보험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필자 : “수고 많으십니다. 제 집에 누수가 있어서 아래층에 문제가 생겼는데 일상생활배상책임특약으로 사고 접수를 하기 위해 전화했습니다.”

 

상담원 : “고객님 계약사항을 확인해야 되니 주민번호를 알려주세요”

 

필자 : “주민번호는 ○○○-○○○입니다.”

 

상담원 : “고객님의 계약사항을 확인한 결과, 일상생활배상책임특약이 확인되지 않아 사고접수를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필자 : “…. 제가 계약자로 되어있는 자녀 보험 계약에 해당 특약이 있습니다. 다시 확인을 해 주실 수 있나요?”

 

상담원 : “확인되네요. 담당부서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연결음)”

 

필자 : …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자칫 접수도 못하고 당황하겠는데….’

 

상담원2 : “(피곤하고 마지못해 통화하는 말투) 누수의 원인은 확인되셨나요?”

 

필자 : “아, 네. 우리 집 싱크대 하단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되었는데 그게 아래층까지 내려갔습니다.”

 

상담원2 : “서류 안내 드리겠습니다. 기술소견서, 견적서, 세금계산서, 사진 준비하시고요. 저희에게 미리 견적을 알려주셔야 되고 먼저 수리하시면 안됩니다.“

 

필자 : “기술소견서요? 싱크대 배수구 역류해서 누수된 건데 기술소견서라는게 발급이 되는 건가요? 먼저 수리하면 안된다고요? 우리 집 수리비용은 계좌 송금 내역이 있는데 세금계산서가 꼭 발급돼야 할까요?”

 

필자는 여러 질의응답 끝에 보험사에 접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보험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그러면서도 동시에 불편함, 불쾌감이 남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최근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산업 신뢰회복을 위한 과제_보험금 지급’이라는 리포트를 발행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수준은 다른 금융권역에 비해 낮고 보험 구매와 보험금 청구 및 수급 시점은 보험사 직원이나 판매자와 가장 많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험신뢰도를 형성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서비스 품질 균형감각 가지고 관리

 

필자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보상인이다. 현재는 보험산업의 일원인 인슈어테크사를 운영하며 보상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를 활용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보험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최근 경험에서 볼 때, 보험산업 신뢰 회복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것 같다. 보험사는 디지털을 활용한 편의성을 제고하는 일 뿐만 아니라 고객의 대면 접점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의 품질도 균형 감각을 가지고 관리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보험산업 종사자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고객 관점에서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의 환경은 보험 산업의 성쇠를 좌우하는 인구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국가의 성장 동력도 약해지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지 않은가.

 

‘위즉동(危則動), 위태로우면 움직여야 한다.’는 손자병법의 제언으로 필자의 의견을 마무리 한다.

 

윤인근 에임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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